캐나다 원주민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과 복지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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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원주민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과 복지

 

캐나다 원주민 아동과 청소년은 높은 비율의 정신건강 문제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복지와 교육, 가정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트라우마와 정체성 혼란, 공동체 단절 등은 일반 청소년과는 다른 복합적 위기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본 글에서는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과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복지 시스템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을지 모색합니다.

 

트라우마와 정체성 상실: 정신건강 위기의 뿌리

캐나다 원주민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 요인이 아닌, 역사적 트라우마와 구조적 차별에서 비롯된 복합적 문제입니다. 기숙학교 제도를 통해 세대 간 전승이 단절되고, 공동체 기반 양육이 해체되면서 많은 원주민 아동과 청소년은 정체성 혼란과 외로움 속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 우울증, 자해, 자살 시도 비율은 캐나다 전체 평균보다 2~3배 이상 높으며, 특히 외곽 커뮤니티에서는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지역도 존재합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 안에서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해줄 체계 또한 부재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체성 상실은 단지 문화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자존감 저하와 자기 비하, 회피 행동으로 이어지고, 이는 학교 부적응, 가출, 약물 의존으로 확대되기도 합니다. 단절된 문화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해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방황하게 되며, 이는 심각한 정신건강 위기로 연결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개인 치료나 상담만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가족, 학교, 공동체, 정책 전반이 함께 작동해야만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복지 시스템과 정신건강 서비스의 분리 문제

현재 캐나다의 복지 시스템과 정신건강 서비스는 이원화되어 있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청소년이 양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특히 원주민 청소년의 경우, 복지 지원을 받기 위해선 행정적인 자격 기준을 먼저 충족해야 하고, 정신건강 문제는 이와는 별도로 의료기관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청소년이 주거 불안이나 가정 내 폭력도 함께 겪고 있다면, 각각의 문제를 다른 부처와 기관이 담당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진단은 누락되며, 필요한 개입이 지연됩니다. 특히 복지서비스는 경제적 지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심리·정서적 지원까지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많은 원주민 커뮤니티는 정신건강 전문가 자체가 부족한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긴 대기 시간, 원거리 병원 이동, 언어 장벽은 정신건강 접근성을 더욱 낮추는 요인입니다. 지역 내 정신건강 센터가 있다 하더라도, 문화적으로 안전한 공간이 아니거나 청소년이 신뢰할 수 없는 구조라면 이용률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복지 시스템과 정신건강 서비스는 분리된 체계로 운영되어서는 안 되며, 원스톱 지원체계로 통합되어야 합니다. 특히 정신건강 지원은 위기 이후의 치료가 아닌, 예방 중심의 일상적 돌봄 체계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문화기반 치료와 커뮤니티 중심 연계 방안

정신건강과 복지의 효과적인 연계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문화 기반’ 접근입니다. 원주민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서구식 진단과 치료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이들의 정체성과 공동체 감각을 회복하는 방식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통 노래, 춤, 이야기, 예식 등을 통한 집단 치유는 단순한 문화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회복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심리치료와 병행하거나, 때로는 독립된 치료 모델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복지 시스템은 이러한 문화기반 치료가 가능하도록 자원을 지원하고, 정책적 인정을 해야 합니다. 현재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장로들이 참여하는 치유서클, 토착심리상담, 전통지도자 멘토링 등이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복지서비스의 틀을 넘어선 확장된 개념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 중심 연계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는 학교, 보호시설, 지역 센터, 가정 등 다양한 공간에서 통합적으로 접근되어야 하며, 개별 기관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보호와 회복의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이러한 연계는 단순한 행정 통합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책임을 지는 구조로 발전해야 합니다.

 

청소년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의 재구성

원주민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단편적인 해결책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복합적 과제입니다. 진단, 개입, 보호, 회복까지 모든 과정이 문화적으로 안전하고, 행정적으로 통합되며, 공동체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구조여야만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시스템의 혁신입니다. 복지와 정신건강 서비스를 하나의 연결망으로 통합하고, 청소년이 자신의 문화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역사회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정부는 일률적인 복지 기준을 넘어, 원주민 청소년의 삶과 문화, 공동체 방식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맞춤형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청소년이 위기 상황에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연결되고 치유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입니다.

이제는 원주민 청소년이 ‘문제’로 다뤄지는 대상이 아니라, ‘가능성’을 품은 존재로 존중받는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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