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원주민 아동은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복지 시스템의 단절성과 문화적 부적합성으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 글에서는 아동 중심·문화 중심·통합 중심의 복지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캐나다 원주민 아동을 위한 통합지원 모델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향을 제안합니다.
복지의 단절: 시스템 속에서 소외되는 아이들
캐나다는 선진 복지국가로 분류되지만, 캐나다 원주민 아동에 대한 복지 체계는 여전히 분절적이고 차별적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책임 회피와 자원 부족이라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 보건, 심리, 주거, 보호 등 복지의 각 영역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실제로 원주민 아동이 ‘전체적인 삶의 지원’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학대 위험에 처한 아동이 보호기관에 연계된 후에도 지역 병원에서는 해당 아동의 상담 내역이나 보호 이력이 공유되지 않아 의료 개입이 지연되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학교에서는 가족환경이나 정신건강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아동을 비행 문제로 분류하고, 징계로 접근하는 일이 잦습니다.
이처럼 복지 시스템 내 정보와 대응 방식이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아동 개인의 위험이 해결되기보다는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주민 커뮤니티 안에서는 복지기관에 대한 불신이 깊어, 제도를 찾지 않으려 하거나, 보호기관에 대한 공포가 가정 내부 문제를 더 은폐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아이들이 제도 안에서도 배제되는 구조를 고착화시킵니다.
문화적 비적합성과 원주민 정체성 훼손
캐나다의 복지 제도는 대부분 비원주민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캐나다 원주민 아동은 문화적으로 적절한 복지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보호시설, 상담소, 교육기관 등에서 원주민의 언어, 신념, 전통이 무시되거나 비가시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화적 동화와 정체성 훼손입니다. 예컨대 보호시설에 들어간 원주민 아동들이 비원주민 가정에 위탁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문화를 계승하고 살아가는지를 인식할 기회를 잃는 경우가 흔합니다. 일부 아동은 자신의 이름, 언어, 가족과의 연결을 상실한 채 성인이 되기도 하며, 이후 극심한 정체성 혼란과 사회적 고립에 빠집니다.
심리상담 또한 문화적으로 일방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구적 진단 기준에 기반한 심리검사나 상담 접근법은 원주민 아동의 사고방식, 정서 표현 방식, 공동체 기반 삶의 구조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상담사가 문제라고 판단하는 태도가, 실제로는 원주민 문화에서는 일반적인 반응일 수 있는데도 이를 ‘병리화’하는 관점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아동의 자존감을 낮추고, 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며, 아동이 복지 시스템에서 스스로를 배제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진정한 복지는 보호와 권리의 문제를 넘어, 아동의 문화와 정체성을 존중하고 되살리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통합지원 모델의 필요성과 실행방향
이처럼 분절적이고 문화적 동화 중심의 복지 시스템을 넘어서기 위해, 통합지원 모델이 필요합니다. 이 모델은 아동을 하나의 문제영역(예: 교육, 보호) 안에서 보지 않고, ‘전체 삶의 맥락’ 속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첫째,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통합지원센터의 설립이 필요합니다. 이 센터에서는 교육, 보건, 심리, 주거, 보호 등 모든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운영되어야 하며, 정보 공유와 협업이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둘째, 이 센터는 단지 복지기관이 아니라 원주민 공동체의 문화 회복 공간이어야 합니다. 센터 운영에는 반드시 원주민 장로, 보호자, 지역 지도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하며, 아동이 자신의 문화를 경험하고 회복할 수 있는 활동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해당 모델이 실제로 실행될 수 있도록 법적 기반과 예산을 마련하고, 인력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을 지역 단위로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원주민 출신 복지 인력 양성을 위한 장학 제도, 현장실습 프로그램, 지역 리더십 교육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모델은 단지 제도적 혁신이 아니라, 아동과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복지 안에 담아내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단절된 지원이 아닌, ‘연결된 삶’을 위한 복지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원주민 아동을 위한 진정한 복지란, 생존을 위한 기본권 보장에 그치지 않고, 아동이 존중받고 사랑받으며 자라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아이들이 제도 속에서 상처받고, 문화와의 연결이 끊긴 채 성장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아동복지는 단순한 보호체계를 넘어서, 그들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삶의 방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힘이어야 합니다.
원주민 아동이 ‘우리의 아이들’로서 인정받고, 누구와도 동등하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 복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구성과 공동체 중심의 새로운 모델 도입이 필수적입니다.
진정으로 통합된 복지란, 제도의 확장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돌봄과 존중의 연결망을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그 출발점은 ‘문화와 공동체를 인정하는 것’이며, 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시대의 요구입니다.